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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포토

성인대에서 바라본 울산바위와 은하수!

성인대의 은하수의 영상을 담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난 후부터 
성인대에서 백패킹을 한 글들을 검색하기 시작해본다. 
10월 말쯤 신선봉에서 하룻밤을 보낸 분의 '지옥문을 열었다"는 글과 
5월 중순경에서 갔다 온 분의 글에는 "B플랜이 없었다. 무조건 철수"라는 글에서 
바짝 쪼그라드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인가보다. 
바람 없는 적당한 곳에 야영을 해서 하룻밤을 자고 오는 것과 달리 
바람 하나 피할 데 없는 바위산 정상에서 은하수 사진이나 타임랩스를 담는 것은 천지 차이이기에 
군에서 산 능선에서 혹한기 훈련에 근무를 서던 트라우마가 되새겨지는 것이다.

6월이니 그럭저럭 괜찮지 않을까 마음을 달래면서도, 야간의 강풍 속의 추위는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두려움이 앞선다. 
강풍으로 유명한 성인대 바위산에서 텐트보다는 비박을 하기 위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미군용 혹한기 동계용 침낭과 고어텍스 방수 침낭 커버, 라면과 커피를 위한 보온병과 동계용 등산복 상하의, 대용량 핫팩 6개, 
이번에 효과를 단단히 본 방한용 복면 마스크까지 준비하니, 
카메라와 삼각대 포함해서 15kg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지나고 보니 겨울용 등산복은 안 가져가도 무난한 일인데, 
추위에 밀려 내려오면 안 될 생각에, 차근차근 준비를 해본다....

성인대를 올라가는 등산길은 두 갈래길로 나누어지는데, 화암사에서 
왼편 산 능선으로 수바위 쪽으로 올라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비탈길이다. 
화암사 쪽 직진으로 올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비탈이라도 
산 정상까지는 둘레길과 같은 평탄한 길이 나온다. 
앞전에 다녀오면서 내려올 때에 비교해본 경험으로 순탄한 길로 방향을 정했다. 
화암사 앞으로 오르다 보니 헤드랜턴에 비친 뱀 한 마리가 눈앞에서 꿈틀거린다. 
머리 모양을 보니 독사인데.... 이때부터 성인대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신경이 쓰인다. 
땀으로 범벅이 되면서 오르는 야간산행의 적막함 속에서 알게 모르는 신경이 쓰이는 서늘함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 정상의 외길에서 먼저 만나는 신선대를 지나 헬기장에서 선객들의 텐트를 만났다. 
대략 10개 이내... 생각보다 많다. 은하수를 담으려니 여기서 머뭇거릴 수는 없고 
바위산을 지나다 보니 낙타바위 옆에 텐트가 2대.... 여기서 자리를 잡을까 생각했는데 빈자리가 없다. 
낙타바위 밑으로 조금 난코스인 암릉을 타고 넘어 성인대 마지막까지 가본다. 
울산바위가 바로 눈앞에 보이니 최적인데, 조성된 소나무들이 전부 45도 이상으로 누워져 있다. 
그만큼 바람 심하다는 건데, 바람 피한다고 나무속에서 있을 수는 없기에, 
울산바위 전망이 좋은 곳에 삼각대 놓을 자리와 그나마 바람 피해서 누울 자리를 찾아본다. 
강풍이 불어도 삼각대가 쓰러지지 않게, 최대한 낮게 위치하고, 쇼핑백으로 만든 돌 주머니에 돌을 잔뜩 담아 
삼각대에 매달었다.

우리나라 은하수는 남동쪽 전갈자리에서 보인다고 하는데, 울산바위 쪽으로 희미하게 은하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타임랩스를 위한 카메라 세팅 끝내고 침낭 자리를 펴니, 시간은 어느새 12시로 달린다. 
카메라 옆에 침낭에서, 컵라면 하나 먹고 릴리즈 버튼을 눌러본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셔터 소리에 마음 놓이다가 
한 번씩 휘몰아치는 강풍에 카메라 곁을 떠나지 못한다. 아내에게 재봉질 부탁한 쇼핑백 돌 주머니가 나름 큰 역할을 한다. 
바위산에 바짝 누워 하늘의 별을 보면서, 졸다가 눈뜨다 졸다 보니 어느새 여명이 보인다. 
돌아오는 휴일이 그믐이라 적기지만, 3개의 날씨 앱에서 비 소식이 있어서 오늘을 선택해서 산행을 해보았다. 
심야에는 구름 소식도 있었는데, 심야 내내 구름 한 점 없이 날씨가 좋았던 것도 운이 따른 것 같고, 
아침에 울산바위 정경 사진을 담다 확인해보니, 선점한 사람들에 밀려 가장 바람이 많을 것 같은, 
낙타바위 길 건너 아래쪽에서 비박한 것이 오히려 바람이 더 적은 결과를 본 것 같다. 
아침에 불어오는 헬기장에서 낙타바위 쪽으로 부는 바람이 서있기도 쉽지 않었으니.... 
애써 올라간 산행 속에서 제일 큰 걱정은 추위에 밀려, 원치 않는 철수이었던 것 같다. 
준비물이 효과가 좋았고, 언제 또다시 이런 기회와 같이 다시 다녀 볼 장담은 못하겠기에, 운도 따랐던 은하수 출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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